가장 사소한 폭력, 무심히 흘려 넘겼던 편견들을 마주하다
서울휴먼라이브러리 온택트 전시회 ‘편견의 말들’ 진행 과정 엿보기
편견(偏見):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편견은 교묘하고 치밀하게 우리의 머릿속을 파고든다. 전염성 강한 편견은 혐오와 차별로 번지며 폭력성마저 더한다. 우리 사회에 스며있는 편견을 이대로 지켜만 봐도 좋을까?
편견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해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휴먼라이브러리는 2021년 2월 온택트 전시회 ‘편견의 말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학생들은 직접 홍보, 인터뷰, 웹디자인에 참여하며 지난 9월부터 전시를 준비 중이다. 서울휴먼라이브러리 이현창 담당자에게 전시 기획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HUMAN LIBRARY
세상 속 편견을 마주하다
-
학생처 사회공헌팀,
서울휴먼라이브러리 이현창 담당자 휴먼라이브러리는?
‘휴먼라이브러리’는 2000년 덴마크에서 청년 5명이 만든 폭력 예방 프로젝트다. 청년들은 폭력 예방을 위해 집회나 교육 등과 같은 일반적인 방식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더 집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편견’이었다.
“편견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족이나 지인, 매체들로부터 습득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인한 적대적인 생각과 태도를 말합니다. 주로 간접 경험에 의한 무지나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편견을 깰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을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고, 그 편견의 당사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두 집단 간 만남의 구실을 위해 도서관의 도서 대출 개념을 적용한 것이 ‘사람도서관’, 즉 ‘휴먼라이브러리’입니다.”
이현창 담당자는 이 사업의 본질이 ‘사람에 대한 온전한 이해’에 있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국내 대부분의 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보다는 지식에 방점을 두고 운영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휴먼라이브러리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기 적합한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만큼, 본래의 취지에 맞춰가기 유리하다고 한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로 공감과 소통을 꾀하다
올해 서울휴먼라이브러리의 슬로건은 ‘사회 문제를 공감하고 지혜를 공유하는 소통’이다. 지혜를 공유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함께 사회적 이슈의 당사자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체감하고, 지원과 연대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했다. 이번 ‘편견의 말들’ 전시회 기획 취지 또한 공감과 소통에 있다.“가장 단순한 소통을 통해 사회 저변부터 잔잔한 변화를 이끌고 싶었어요. 사업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만큼 ‘공감’과 ‘참여’는 필수 요소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전시회’라고 생각했고, 이것을 우리 학생들과 함께 풀어가고 싶었죠.”
올해 기획단이 선정한 전시회 슬로건은 ‘편견, 가장 사소한 폭력’이다. 편견인지 모르고 마음이 상했음에도 사소하게 여겨 그냥 흘려 넘겨 버렸던 표현들에 대한 것이다.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입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어떤 표현을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편견의 말들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표현해 나열(전시)하고, 판단은 관람객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온택트 전시로 작품 감상은 물론 굿즈 나눔까지
2019년에 열린 ‘편견의 말들’은 무심코 듣거나 표현했을지도 모를 우리 주변의 편견 섞인 상처의 말들을 수집해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대관이 취소되면서 온라인으로 기획됐다. 전시 작품 감상과 굿즈 나눔으로 새로운 연결을 시도해보는 온택트 전시회다.“굿즈 제작은 기획단과 참여 작가가 결정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준 분들에게 주는 것과 작품과 관람객을 잇는 굿즈로 그 성격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행정적인 조언만 해줄 예정이라 제게 결정권은 없어요. 학생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저도 궁금합니다.”
서울휴먼라이브러리는 지난 9월 전시를 함께 만들어나갈 기획단을 모집했다. 작품과 관객과의 연결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요소를 고려해 팀을 나눠 선발했다. 작품 퀄리티를 높이고 전시장이라 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스타일 있게 디자인할 수 있는 스타일팀, 작품과 기획의도를 인터뷰로 풀어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줄 인터뷰팀,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 전략을 펼칠 홍보팀으로 구성했다.
“풀기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와 웹디자인, 섭외, 홍보라는 실무가 낯설었을 수도 있는데 미숙한 저와 함께 꾸준히 아이디어를 주시고 잘 따라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기획단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이런 마음과 노력이 나와 이웃에 좋은 변화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전시회를 오픈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가 봅시다. 파이팅!”

2019 편견의 말들 전시 사진
‘편견의 말들’ 기획단 코멘트
-
기획부문 홍보팀
홍보팀은 슬로건&로고 디자인 팀과 홍보 SNS 담당팀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슬로건&로고 디자인팀은 전시회의 큰 주제, 슬로건에 대해 고민하고 전시회 전체를 아우르는 로고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홍보 SNS 담당팀은 페이스북, 인스타, 네이버 블로그 등 우리 전시회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들에 대한 관리와 각종 홍보 이벤트 실행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중 슬로건&로고 디자인팀의 일원으로 있어요. 현재 전시회의 슬로건에 대한 부분은 ‘사소한 폭력’으로 정해졌고 로고 디자인은 아이디어를 추합해 조만간 외부 업체에 제작을 의뢰할 예정이예요.
편견이란 타인의 한 가지 면만 보고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적 성향, MBTI 테스트 등이 그 사람의 모든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님에도 부분을 전체로 여기게 하는 것들 말이죠. 이런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은 ‘나는 널 잘 모른다’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 만난 사람끼리 존댓말을 써야 하는 이유도 상대방에 대한 무지와 존중의 의미라고 생각하거든요. ‘너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아무런 편견 없이 너를 존중하겠다’라는 의미죠. 이처럼 내가 상대방에 대해 다 안다고 자만하지 않고 항상 무지(無知)의 시선을 유지하는 태도가 중요한 거 같아요.
비대면적 삶이 일상화되면서 저도 같은 기획단분들도 이렇게 비대면 전시회를 기획해보는 건 처음일 것 같아요. 비대면 전시회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서 전시회를 재미있게 기획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편견의 말들이 수집될지도 궁금하고 또 작가님들이 그 편견의 말들을 어떻게 작품 속에 녹여낼지 기대됩니다. 기획단이 다 같이 고생한 만큼 보람 있는 전시회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
기획부문 인터뷰팀
인터뷰팀은 작품해설 및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전시작과 관람객 사이에서 더 효과적인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우리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여러 질문을 고민하고 홍보팀, 스타일팀과 협업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며 인터뷰 기획을 점차 구체화해가고 있습니다.
편견이란 ‘누군가를 상처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누군가’는 타인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적 편견을 편견이라 인지하지 못한 채 순응한 이들은 편견의 가해자로서 타인을 상처 입히기도 하고, 스스로의 권리를 모른 채 살아가는 편견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편견의 말들’ 전시회를 통해 상처 입은 누군가가, 상처를 준 누군가가, ‘편견’을 사유해보게 되길 바라며,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난 사회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일상 속에서 마음이 상했음에도 사소하다 여기며 넘겼던 표현들이 사실은 나를 억누르는 폭력이 아니었는지, 전시회의 관람객들에게 생각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 이번 전시회 기획이 우리가 목표하는 편견 없는 사회로의 과정 중 하나의 방점으로 찍히길 바라며 함께 기획 중인 학우들 모두 끝까지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기획부문 인터뷰팀
인터뷰팀은 작가와 사연자, 관람객을 잇는 일종의 네트워크 역할을 합니다. 사연자 분들이 경험했던 ‘편견’에 대한 사연을 작가분들에게 전달해드리고, 작가분들의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관람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편견을 느꼈던 때는 치매 어르신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을 때입니다. 당시 저는 저도 모르게 ‘어르신들은 혼자 뭘 하기 힘드실 거야’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 어르신 들께 무리하게 도움을 드리려다 역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나의 편견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는 ‘깨달음’이라고 느꼈습니다. 편견이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제로 깨닫기 전에는 그저 편견의 정의만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편견을 몸소 체험하고 깨닫는 것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편견에 대한 작품들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도 기대가 큽니다. 기획단이 애정을 쏟고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회를 통해 많은 분이 ‘편견’을 어떻게 생각해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편견’을 대할지에 대해 생각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 저희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
기획부문 인터뷰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개인의 특성이라고 생각되는 특정한 것을 특정집단의 특징으로 치부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편견이 모여 고정관념이 되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인권문제와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편견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편견에 대하여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전시 기획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도 좋지 않은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전시회 기획에 다들 고생이 많습니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게 열심히 해봅시다!
-
웹(전시공간) 부문 스타일팀
스타일팀은 전시에 필요한 모든 시각적인 요소들을 기획하고 작업하는 팀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전시를 온라인으로 기획하고 있는데요. 이에 맞추어 스타일팀에서는 관객들과 작가를 이어주는 전시 웹사이트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웹사이트가 아닌,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감상하고, 편견의 이야기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웹페이지를 기획 중입니다. 스타일팀은 편견의 이야기들을 더 공감 가고, 새로운 방법으로 전달하기 위해 작가에게 주어지는 미션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편견의 말들’ 전시를 위한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덴티티 브랜딩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브랜딩이 완성된다면, 전시가 해마다 거듭될수록 더 풍성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전시답게 모집 이후의 모든 단계는 기획단 회의로 진행되고 있고, 이현창 담당 선생님께서는 행정적인 조언을 위주로 해주시는 편입니다. 따라서 실무와 부딪치는 일은 필수불가결하죠. 실무를 진행해본 학생이 없기에 그 프로세스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주 열리는 기획단 회의 때마다 매번 절반가량의 학생들이 참여해 생각을 나누고, 같이 고민하기 때문에 이런 고충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 중 하나는 성별에 관한 것입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스스로 깨닫는 것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하지만 부족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고민하는 것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지혜가 아닐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편견의 말들’ 전시에서 만나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