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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교무처장/도시공학과 교수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학생미래설계학기' 개설

"자기 주도 교육습관, 미래설계에 적용해보세요"

타인의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설계한 수업은 어떤 교육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서울시립대는 오는 2학기부터 학생미래설계학기 교과목을 운영한다. 학생미래설계학기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인 ‘학생중심 맞춤형 미래설계 학기제도’ 프로그램의 하나로, 전통적인 교과목과 달리 학생이 교과목을 자율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정석 교무처장(도시공학과 교수)을 만나 2학기 학생미래설계학기 교과목의 운영 방향과 기대감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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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교무처장/도시공학과 교수

Q. 기존 강의방식과 학생미래설계학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커리큘럼이 궁금합니다.

일반적인 대학교육은 교수님이 강의를 진행하면 학생은 ‘듣는’ 수동적 방식입니다. 기존 교육 방식에서 벗어난 학생미래설계학기 교과목은 말 그대로 대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미래설계학기는 크게 연구트랙, 창업트랙, 글로벌트랙으로 구성됩니다. 올해에는 연구트랙에서 ‘연구인턴십’과 ‘자기주도연구’ 교과목이 개설됩니다. 내년에는 창업트랙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연구인턴십은 교수님이 선정한 주제에 1~2명의 소수 학생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교수님이 만든 과목에 학부 학생 1명 또는 2명이 함께 연구하는 것이죠. 참여 교수님들은 마치 대학원생과 연구하듯이 학생과 프로젝트도 하고 논문도 쓸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연구는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 지도교수를 섭외한 후 1대 1로 진행합니다. 학생이 먼저 한 학기 수업계획을 세우고 지도교수를 매칭하면 됩니다.
두 가지 수업 모두 공모를 통해 선정되는 것이라 여러 단과대학과 학부 과로부터 신청을 받았고 미래설계학기 교과목 심의위원회(운영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 심의위원들이 고생하셨습니다.

Q. 학생미래설계학기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 효과를 줄 수 있을까요?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교양이나 전공지식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때론 엉뚱한 발상에서 실마리를 찾기도 합니다. 나는 학생들이 기발한 기획과 작당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안정된 대기업에 취업해서 살 수도 있죠.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세상도 그 일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면 그 일을 하면서 나도, 세상도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일, 미래를 설계하는 일을 대학교에서 해야 합니다. 학생미래설계학기 교과목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교과목을 만들고 경험해보는 것을 대학에서 장려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선생님과 부모와 농부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생명을 키우는 것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10년 넘게 텃밭 농사를 지어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생명은 내가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큰다는 것입니다. 씨앗을 심은 다음 싹이 돋아날 것임을 농부는 믿어야 합니다. 학생들도 똑같아요. 스스로 마음껏 자랄 수 있음을 선생은 믿고 도와주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할 때와 스스로 능동적으로 할 때의 결과에는 놀라운 차이가 있습니다.


Q. 앞으로 대학 교육과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우리 학교는 융복합 분야에서 매우 모범적인 대학입니다. 서울시립대의 인재상은 ‘UOS T-STAR’로 표현됩니다. 저마다 자기 전공분야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다른 분야와도 교류하며 소통하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T자형 인재’라고 부릅니다. 우리 학생들이 자기 전공만 아는 게 아니라 다른 전공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소통 능력을 겸비해 저마다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인재로 키우겠다는 뜻입니다. 대학의 혁신, 교육의 혁신도 중요합니다. 머지 않아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우리 대학의 은평캠퍼스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가까이 서울연구원도 옮겨오고 글로벌 혁신캠퍼스도 함께 조성될 계획입니다. 혁신은 전 세계적 트렌드입니다.

Q. 교수님이 생각하는 혁신이란 무엇인가요?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혁신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안 이달고 현직 시장이 얼마 전 재선에 성공했는데 공약이 가히 혁명적입니다. 파리 전역의 자동차 주행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고 도로변 주차장의 3/4을 임기 중에 없애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를 만든다고 합니다. 자동차는 점점 불편하고, 자전거와 보행자들은 점점 더 편리하고 편안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이죠. 파리에도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큽니다. 안 이달고 시장은 임기 중에 파리의 에어비앤비 7만 채 중 3만 채를 200억 유로(26조 원)를 들여 사서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겠다는 공약도 발표했습니다. 혁명에 가까운 이런 공약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환경을 보호하는 생태적 가치, 약자들을 배제하지 않는 사회적 연대, 그리고 건강입니다. 시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선 도시가 건강해야 하니 새로운 개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들을 고쳐 쓰겠다는 것이죠. 이런 게 바로 혁신이고 혁명입니다.
우리도 혁신해야 합니다. 새로 지어질 은평캠퍼스에 우리 대학 새내기들을 보내 1년 동안 그곳에 머무는 동안 음악, 미술, 체육으로 온몸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신나는 시간을 갖게 하면 어떨까요?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법을 터득하고,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고 고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악기도 하나쯤 다룰 줄 알고, 미술과도 친해지도록 예술적 소양을 키우며, 각자도생하지 않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이런 상상을 종종 합니다. 이 행복한 상상은 교무처장의 직함을 떠나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랍니다. (웃음)
우리 학교는 국내 유일의 4년제 공립대학입니다. 공공을 생각하고 공익을 위해 일하는 차별화된 인재를 키우겠다는 교육철학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실력이 있고, 소통 능력이 있으며,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인재들을 키운다면 여느 대학 못지않은 경쟁력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석 교무처장/도시공학과 교수

Q. 도시공학 전문가의 시선에서 현대 도시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기후위기라고 생각해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고, 가축의 방귀와 트림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도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공기를 정화하는 열대림과 숲은 크게 줄어들고 있죠. 이런 추세라면 우리 지구는 머지않아 공멸할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국토, 도시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국토계획과 도시계획은 자연을 더는 해치지 않는 자연친화, 생태친화적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용적률을 풀어서 고층·고밀 아파트를 짓는 방식은 탄소 배출을 더욱 늘릴 뿐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개발’이 아닌 ‘재생’에 주목해야 합니다.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 방법보다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를 고치고 되살리는 리모델링 방식이 훨씬 더 환경친화적입니다. 제가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대규모 사업은 큰 회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개발·재건축 대신, 한 채 한 채 리모델링을 한다면 동네 설계사무소, 중소규모 건설회사와 자영업자들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방식은 강자들만 참여하는 방식이고, 후자의 방식은 사회의 경제적 약자들도 함께 참여하고 혜택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Q. 지속과 변화, 균형과 조화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개발시대의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습니다. 너무 빨리 성장하다 보니 성장통과 후유증을 지금껏 앓고 있는 것이지요. 수도권 집값이 폭등한 이유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에요. 수도권에 신도시를 계속 짓거나 주택공급을 더욱 늘린다면 집값은 오히려 오를 것입니다. 지금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는 인구 편중과 국토 불균형을 막는 것입니다. 수도권에 더는 투자하지 말고 지방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방에 의료, 문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사람들이 지방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우리가 앓고 있는 많은 도시 문제들이 동시에 해결될 것입니다.
재생시대에는 예전의 개발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자치와 분권이 제대로 이뤄져서 지자체도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죠. 도시를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작은 집부터 시작해 마을, 도시 그리고 국토를 건강하게 살리는 것은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 시대의 의병이 돼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가의 위기 때 백성들이 의병이 되어 나라를 지켰듯이, 마을과 도시와 국토를 되살리는 일 또한 높은 분들께만 맡기지 말고 우리 시민들과 국민이 직접 해야 할지도 몰라요.

Q. 학생미래설계
학기에 대한
기대감과
교수님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정석 교무처장/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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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처음 시작해 예산이 충분치 않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내년부터는 예산을 더 늘리고 계획된 창업트랙과 글로벌트랙까지 확대 개설해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참여 학생들도 즐겁고 행복하게 참여하면서 좋은 성과를 많이 내주길 기대합니다.
    저는 내년 1학기에 6개월 연구학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때에는 섬들을 여행할 생각이에요. 섬은 비교적 변화가 적은 곳입니다. 우리나라 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가서 걸어보고, 전해 내려온 옛 음식들도 먹어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글로 써볼 예정입니다.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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